정석광 2012. 12. 30. 15:43

나에게 쓰는 편지 / 정석광

 

- 보름달에게

희영청 밝은 밤길 논둑길을 내달리다

쓰러진 무릎팍에 달빛이 쏟아지면

뚝뚝뚝

눈물인지, 달빛인지 가리지 않아 좋았지.

선생님 쌈지돈을 여비삼아 진학하던

까까머리 중학생의 아스라한 그리움은

어느듯

귀밑머리 날리며 추억을 낚고 있네

 

- 아내에게

이제 막 돌 지난 큰애를 안고서

공부한다 짐꾸려도 투정없던 당신있어

졸린 눈

치떠 올리며 인생역전 꿈꾸었지.

가랑비에 옷젖는단 옛말이 틀리잖아

당신의 웃음에, 당신의 손마디에

세월을

그대로 담네, 내 노래를 담아내네.

 

-나에게

그동안 제대로 한 번 부르지도 못했구먼

사랑하이, 고마우이, 이대로 오래도록

잔솔밭 누비던 그때처럼

그렇게 살아가이.

욕심처럼 갖지 못해 가진것이 없다야

남들처럼 떵떵거리는 호기도 없다야

그래도 지금처럼만

그렇게 좋아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