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노란 리본이 들려주는 이야기
정석광
2014. 12. 15. 22:22
노란리본이 들려주는 이야기
오늘은 하늘향해
두손벌려 웃음짓는
그런 얘기가 아니야
소풍가는 날
설레는 그 마음처럼
길떠난 언니오빠와
형 누나들이 말이지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떨던 고운 모습들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영문 모른 채
사라진 그 날 이야기란다
얼마나 아팠겠니
얼마나 무서웠겠니
얼마나 서러웠겠니
아무죄도 없이 말이지
말썽많은 어른들은
감놔라 배놔라
그러다가 시간가고
아픈 바다는 울고 있는데
아파 쓰러지는데 말이지
함께 울겠다고
펄럭이는 노란리본
혹시나 노란 등대되어
희망을 불태울까
포구 가득이
골목 가득이
가슴 가슴마다
펄럭펄럭이는 노란리본
얘들아
시간 참 빠르다
인제 어제의 기대보다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아직도 용천수처럼 마르지 않는
형과 누나의 엄마와 아빠의 눈물은
어떻게 하니
영영 마르지 않을 저 눈물들을 어떡하니
닦아줄 형 누나도 없는데
어떡하면 좋겠니
바다는 눈물까지 보태어 더 깊어졌다
맹골수로의 파도는 더없이 잔잔해졌다
시끌벅쩍 요란하던 뉴스도 둥지를 옮겼다
사십구제 제단에는 판결문이 올라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개운치 않은 판결문 위로
형과 누나의 엄마와 아빠의 눈물자국과
선명한 노란리본이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단다
이제 잠깐 잠깐씩이나 마주할 수 있을까
해마다 이맘 때나 되어야 돌아볼 수 있을까
기억은 산골 물처럼 졸졸 흘러가도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