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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조시인상'

정석광 2012. 12. 30. 11:09

'젊은 시조시인상'



지난 16일 오늘의 시조시인회의(회장 이우걸)는 대전 홍인호텔에서 '오늘의 시조' 제2호 출판기념회 겸 제2회 '젊은 시조시인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젊은 시조시인상'은 경남문학관 사무국장인 손영희 시인과 나래시조의 편집위원인 이태순 시인이 수상하였다. 수상작품은 다음과 같다.



부레옥잠이 핀다

손영희


1.

그 여자, 한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
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
탕에서, 돌아앉아 오래
음부만 씻는 여자.

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
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가 밀려온다.
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
뼈와 가죽뿐인 시간들.


2.

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올리는 아침
물속의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보송한 가슴을 가진 여자
잠행을 꿈꾸던 여자.

푸른 잠옷을 수의처럼 걸쳐 입고
제 몸속 생의 오독을 키우던 여자
누군가 딛고 일어서는
기우뚱한 생의 뿌리.



봄 마흔 지나


이태순


1.
주홍빛 칠 벗겨진, 대문 틈새로 보인
그날 빈집 마당엔
봄빛이 가득했다.
겨우내, 둘둘 갑았던 머플러을 풀었다.


2.
신발만 놓인 봉당 아래 새똥 묻은 꽃, 피다 지고
바림들고
비 젖어도
훅, 끼친 아버지 발 냄새
가만히 발 넣어보다, 마흔은 벗어두고 욌다.



이름은작지만 내용이 큰 작은문학(http://gnbook.egloos.com/9662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