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호우(1912~1970)
1940년 <문장> 등단, 시조집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이호우시조집』등 출간. 1968년 영남시조문학회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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