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이호우의 '달밤'

정석광 2022. 8. 19. 12:46

달밤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호우(1912~1970)

1940년 <문장> 등단, 시조집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이호우시조집』등 출간. 1968년 영남시조문학회 창립.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우걸의 '팽이'  (0) 2022.08.19
김연동의 '바다와 신발'  (0) 2022.08.19
초정 김상옥의 '봉선화'  (0) 2022.08.19
이정록 시인의 시노래[진달래꽃]  (0) 2022.08.04
2022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0)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