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봄을 부르는 양수역얼음이 녹는다날이 풀린다이런 일들이야늘상 있는 일이다보이는 물이 흐르고차도 넘치고 사람들도 분주해진다꽁꽁 언 얼음이 스르르 녹듯이사람들의 일상도 파르르 녹아서매섭던 지난 추위도꿀물처럼 달콤해진다(20220226)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ㅡ2022대선 하루전날 울려퍼지는 '상록수'대선을 하루 앞두고 청계광장에서나는 비록 그 자리에  맘만 두고 있었지만상록수 노래에 담긴 슬픔이 울컥한다"끝내 이기리라  끝내 이기리라"아직도 차가운 밤공기를 뎁히지만이김과 짐의 좁은 틈새서 그분이 떠오른다이김의 감격이 번민의 고통으로물러섬의 자유가 절망의 비극으로진정한 오월의 평화는 아직도 방황한다(20220309)

선글라스할아버지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아버지가 뒷짐을 진채 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어둑한 저녁길을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천천히 걷다가 '할아버지' 부르는 소리에 아이처럼 힘차고 당당한 걸음으로 쫓아온다 시커먼 선글라스가 찰랑차랑 흔들린다 (시작노트) 20220804 어느날 농협앞에서 선글라스 짙게 쓴 할아버지가 손녀의 부름을 듣고는 힘자게 걸음을 옮긴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학교숲의 아이들 봄이 찾아온 학교숲에 봄을 찾아온 아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봄을 챙긴다 시를 쓰기도 하고 시소를 뛰기도 하고 방방이를 뛰기도 하고 황토길을 걷기도 한다 저마다 다른 봄소식처럼 제각기의 모습으로 봄을 말한다 봄이 성큼 찾아온 학교숲에는 봄을 줍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봄을 줍는 아이들이 봄꽃이 된다 20240425

지팡이 사탕 삐친 영식이 수업도 빠지고 옆으로 돌아앉아 한시간을 버틴다 봐주길 바랬을 텐데 미안하다 다시 몰려든 아이들 지팡이 사탕 하나 입이 찌익 열린다 몰랐지 그랬다면 어디서라도 한봉지 구해봤을뗀데 040321

신경림 시인의 별세 소식을접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ㅡㅡㅡ 모두들 큰 소리로만 말하고 큰 소리만 듣는다 큰 것만 보고 큰 것만이 보인다 모두들 큰 것만 바라고 큰 소리만 좇는다 그리하여 큰 것들이 하늘을 가리고 큰 소리가 땅을 뒤덮었다 작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듣지를 않는 작은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보지를 않는 그래서 작은 것 작은 소리는 싹 쓸어 없어져버린 아아 우리들의 나라 거인의 나라 - 신경림, 「거인의 나라」 전문

부러워 정석광 선생님 -왜 선미가 부러워요 -왜 학교에 안 나오잖아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마나 슬픈데 그래도 부러워요 -한철이도 며칠 쉬렴 그래도 돼요 -그럼 아빠가 안된다고 할 텐데 -잘 말씀드려 보렴

그러는 거 아니야 정석광 선생님, 어떡해요 한철이가 끔찍한 말을 했어요 왜, 뭐라고 했길래 한철이가 저보고 사랑한다고 해요 어떡해요 한철아, 한철아 친구 사이에 그러는 거 아니야 왜요, 친구 사인데 어때요 아니야, 친구끼리는 사랑하는 거 아니야 왜요, 왜 안돼요 글쎄,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안되는 거 같기도 하고 수현이는 안된다며 어떡하냐고 한철이는 왜 안되느냐고 끝나지 않은 실랑이가 들썩들썩이는 교실 모두들 무슨 일인지 눈동자도 들썩들썩 [시작후기] 귀여운 아이, 한철이가 수현이에게 '수현아, 사랑해'라고 했나 보다. 장난꾸러기 한철이가 장난스럽게 말을 한걸 알면서도 수현이는 으아, 어떡하냐며 너스레를 떤다. 교실이 한바탕 들썩들썩인다, 하하

해가 꽃을 좋아한대요 해가 꽃의 눈을 뛰운다 해가 꽃의 마음을 열게 한다 빨갛게, 노랗게, 새하얗게 해가 비치는 곳마다 꽃은 방긋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해가 요술을 부린다 해가 마법의 향을 뿌린다 (동시모임발표2022년6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