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제2시조집]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떠난다

아, 남한산성 / 정석광

정석광 2012. 12. 30. 15:00

아, 남한산성 / 정석광



잔설(殘雪) 흩날리는 토담 위에서 사백여년 역사의 쥐구멍을 후벼본다.
행궁(行宮)을 돌아다니며 서문(西門)앞에 흘린 눈물


피눈물 엉겨 붙어 나뭇가지 살오르고 물구선 산 송장은 푸른빛을 더했다지
흙먼지 자욱한 그날에 봄아지랭이 진했다지


그날의 고신(孤臣)들이 마른 침 삼켰다면 동상으로 잘린 수족(手足) 민초(民草)들의 피고름은
예서야 닳고 닳아서 통곡으로 피는구나


그날처럼 돌담 사이엔 얼음 얼고 눈꽃 피지만

산책하듯 사람들은 역사를 밟고 가네

잔설을 툭툭 털어내며 무심하게 스쳐가네

(달가람 시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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