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 149

처형의 입원

국립암병원ㅡ처형 언제나 웃으면서 지낼거라 믿었는데봄꽃이 지천에서 살랑살랑 노래해도귓가에 들리는거라곤 한숨과 눈물이다핼쓱해진 얼굴살이 봄바람에 실려간다희끗해진 머릿결이 봄햇살에 번뜩인다마음을 단단히 챙겨 부디 힘을 내소서 ㅡ시작노트 ¤ 석광결혼하고 어느듯 25년늘 뵙던 분들이 조금씩 아파하신다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이버지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로 산다는 걸조금이라도 보았다면지금보다 지혜롭게지금보다 여유롭게아버지 이름 석자를짊어질 수 있을 텐데.  아버지 그 이름은그리움과 서러움들보고 싶은 마음과등떠미는 마음들이뒤엉켜 감당치 못할영겁의 세월이다.  -시작노트(석광, 2018,12.)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나는 아버지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그래서 아버지가 되는 것이 늘 서툴다그래서 늘 아버지가 그립다

바람이 세다

바람이 세다  이 바람이 처음이 아니지만 제법 세다새치 한 올이 틈새를 비집고 하늘거린다그러다 비가 내리면 실눈 감고 잠이 든다. -시작노트(석광,2016.12월)요즘 부쩍 나이를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비슷한데 생각하는 건 부쩍 늘어만 가는 것이 멋쩍기도 하다바람이 그렇게 센 것 같지도 않은데 그 바람에 하늘거리는 새치가 더 눈에 띄는 겨울 한낮이다

나이가 들었나 봐

나이가 들었나 봐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작은 일들에도서운함만 쌓여가는나를 발견한다그랬다면 좋았을까'답답해도 유쾌하게서운해도 시원하게화가나도 토닥토닥그랬다면 말이지  그러다속마음 들키어도아무렇지 않은 듯 --시작노트(석광)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작은 일에도서운함만 쌓여가는나를 발견한다